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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을 함께 볼 수 있을까

by 일공일이 2023. 3.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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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2월 태양과 지구, 달과 화성이 모두 일직선을 이루며 달 옆에 화성이 빛나는 것을 맨눈으로 볼 수 있는 날이 있었다.

여느 때와 같이 이른 저녁에 부모님과 함께 공원으로 운동을 나갔는데, 잠시 스치듯 들었던 뉴스에 매번 땅만 보고 걷던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봤다. 

 

화성을 찾을 새도 없이, 멋들어진 구름에 그저 무얼 닮았을까 생각에 잠기게 되었다. 새 같기도 하고 예전 만화에 나오는 독수리 오 형제가 헬멧에 망토를 쓰고 날아가는 모습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리저리 빗대며 생각하다 구름이 흘러갈 때쯤 문득 화성을 찾아보게 되었다. 눈동자 같은 보름달에서 1~ 2시 방향에 빛나는 별이 하나 보였다.

 

최신폰이 아님에도 뚜렷한 빛을 내고 있었다. 화성이라고 생각하니 붉은빛을 띠는 것 같아 보여 신기하기만 하더라. 몇몇 사진을 찍어 빠른 걸음으로 저만치 치고 나간 부모님께 전송하곤 전화를 걸었다. 나와 똑같이 구름을 보고 달을 보고 화성을 보고 계셨다. 고개도 아픈 줄 모르고 하늘을 보며 걷다 다시 만난 부모님과 "구름이 무슨 모양 같더냐?", "난 이것 같더라"하는 이야기를 하며 운동을 마무리할 때까지 하늘을 보며 이야기를 나놨다.

 

그날 제일 마음에 드는 사진이다. 마치 용이 여의주를 물고 있는 것 같은 생김새에 2022년의 마지막과 2023년 첫 시작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자연스레 하게 되었다. 하나 아쉬운 것은, 화성이 찍혔다면 눈 부위쯤 될 텐데 구름이 워낙 짙어 보이지 않더라.

 

이번 같은 화성을 볼 수 있는 기회는 이제 2059년이라고 한다.

매번 TV에서 50년 만에 돌아온, 100년에 한 번 하는 우주쇼가 온다고 하면 그저 그러려니 별 생각이 들지 않았었다.

화성도 그저 "아 이제 2059년에나 볼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하는데, 문득 60이 되신 부모님의 나이를 생각해 보니 그때는 과연 같이 볼 수 있을까 하는 우울함과 답답함이 엄습해 왔다. 이전엔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일들이 이제는 그렇지 않다는 걸 피부로 체감한 순간이었다. 언제나 옆에 있을 것 같았던 부모님은 이제 하나씩 하니씩 떠나보내고 있던 것이다.

나는 지금을 추억하기 위해 기억하지 않을 것이다. 그 위에 또 다른 함께한 기쁨을 올려놓으려 노력할 것이다.

30년이 지난 그 어느날, 지금처럼 다시 함께 볼 수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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