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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심의 상징 골프?

by 일공일이 2023. 3.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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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부터, 아버지의 유일하다면 유일한 취미인 골프를 가족 모두가 함께 하기로 했다. 어리버리하며 골프채 한 세트로 온 가족이 돌려쓰면서도 스크린골프의 재미에 점점 빠지게 되었다. 
그저 가족끼리 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고 있었는데 이 골프란 놈은 남녀노소 불문하고 경쟁이 가능한 딱 알맞은 취미였다. 점차 골프의 매력에 빠지다 보니 중고로 저렴하게 가방과 채를 구매하고 있는 내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나를 비롯한 나머지 남자들은 지금 있는 채와 비슷한 메이커를 중고로 사면 된다는 생각에 10~ 20 만 원 정도의 중고 풀세트를 구매했고, 여성들이 사용하는 채는 잘 모르기 때문에 중고 전문매장을 방문해 설명을 들어보기로 했다.

매장에 도착하니 피팅을 담당하는 사람이 있었고 "중고로 여성 전용 채를 알아보고 있다"라고 말하니 딱 처음에 하는 말이 "입문한 지 얼마나 되셨죠?"라고 물어보길래 이제 한달이 조금 지났다고 답을 했고, "초보라 잘 모르시나 본데 중고를 사봐야 나중에 새 채를 다시 사게 된다. 여성은 혼마 아니면 젝시오다"라며 400만 원짜리 채를 권하더라.

이제 1달에서 2달 된, 레슨 한번 받지 않고 재미나 붙어가는 초보에게 토크가 좋은 걸 써야 한다느니, 차도 배기량이 높은 게 잘 나가지 않냐느니... 어안이 벙벙해서 할 말을 잊게 되었다. 그렇게 따지면 운전면허 처음 딴사람은 남들 시선을 의식해서 처음부터 비싼 새 차를 사라는 논리인데...

그래도 전문가니까 설명을 더 들어보려 귀를 기울였지만 그 사람이 뱉은 한 마디에 귀가 닫혔다. "다른 사람하고 필드 나갔는데 누구는 젝시오고 누구는 혼마인데 빠져 보이지 않느냐?" 어디 초등학생 놓고 질투심 유발하는 것도 아니고 무슨 말 같지도 않은 말을 하더라.
순간 예전에 본 명품 매장에서 남들과 비교질 하며 허영심을 부추기며 물건을 파는 종업원이 이런 바로 사람이 아닐까? 그 사람이 원했던 대답은 "모양 빠지면 안 되는 우리도 비싼 걸로 간다!"가 아니었을까?
그렇게 모양 빠지면 중고 매장하지 말고 말을 하던지...

골프를 비싼 운동이라 누가 말하는가? 소비자의 선택이기에 앞서 중고 2만 원짜리 채로는 par조차 잡을 수 없는 것처럼 초보자를 겁주고 기만하는 이들이 한몫하고 있지는 않을까?


명마의 가치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경마에서조차도 선수의 능력으로 순위가 갈리기도 하는데, 골프에서 비싼 채가 얼마나 영향력이 있겠나.
투어 우승 선수들이 명품 줄 세우기로 등수를 매기는 것도 아닌데.
내가 쓰던 채를 아들에게 물려줘도 누구 하나 무시하지 않는 스포츠가 되기 위해선 골프를 돈으로만 바라보는 사람들이 사라져야 하지 않을까.

골프... 특히나 한국서 더 허영심의 상징이라 불리는 스포츠.
골프가 비싼 게 아니라 그것을 바라보는 그 눈들이 비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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