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월대보름은 새해의 첫 보름달이 뜨는 음력 1월 15일에 지내는 명절입니다.
흔히들 오곡밥을 먹고 부럼(껍질이 있는 딱딱한 견과류 씹기)을 하는데요. 옛날에 정월대보름을 기억하기로는 쥐불놀이를 하는 날이었습니다. 달이 밝은 시간에 깡통을 뚫어 볏짚이나 갈대를 넣어 불을 붙이고 둥글게 휘두르는 놀이인데, 합법적으로 불장난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어린아이들이 아주 좋아했습니다.
코로나로 각종 행사가 미뤄지다 드디어 3년 만에 황산공원에서 정월대보름 행사가 개채 되었습니다. 행사라고 그리 거창한 것은 아니고 약간의 술과 안주, 음료 무료 나눔과 대나무 탑 태우기가 진행되었지만 오랜만이 행사로 엄청난 인파가 모였답니다.
일반적인 나무나 갈대를 태우는 경우는 봤어도 생 대나무를 태우는 것은 처음 겪었는데요. 원래 대나무, 특히 생 대나무는 태울 때 '타닥타닥' 터지는 소리가 많이 납니다.
약간의 돈을 지불하면 종이를 구매할 수 있는데 그 종이에 소원을 적거나 혹은 나쁜 것들을 적어 대나무 탑에 꽂을 수 있었습니다. 만 원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구매하시더라고요. 저는 그냥 속으로 외웠답니다.
어르신들이 횟불을 들고 탑을 계속 돌면서 정월대보름 행사의 하이라이트를 준비하고 계시네요.
달이 비출 때 태우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6시가 넘어 시작한다고 한 태우기 행사가, 산불의 위험 때문인지 5시가 좀 넘은 시간에 바로 시작했습니다. 기름 먹인 대나무가 빠르게 타오르더군요. 시원하게 타오르는 모습을 보니 뭔가 가슴이 탁 트이는 시원함을 느꼈습니다.
해가 진 밤이었다면 훨씬 멋졌을 것 같은데 환한 오후라 그런지 매캐한 연기가 오렌지색 불길을 좀먹어 들어가는듯해 아쉬운 맘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네요.
먹인 기름이 다 날라갔는지 연기가 거의 사라지고 훨훨 잘 타오르는 불길을 보고 있는데 생각지 못한 일이 발생했습니다. 생 대나무에 붙어있던 잎시귀가 대나무 터지는 힘에 온 사방으로 날아다니더군요. 불똥이 있는 상태는 아니었지만 검은 나뭇잎 재들이 바람을 타고 하늘하늘 머리로 옷으로 떨어지는데, 흰 옷을 입은 분들은 옷이 더러워졌답니다.
대나뭇잎 재를 피해 도망가는 많은 분들과, 6시 반쯤 시작한다는 행사가 1시간 일찍 시작되어 늦게 도착해 뛰어오는 분들과의 어수선한 행사는 오랜만에 개최되었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해 줬습니다.
황산공원에서는 코로나 이전에도 많은 행사가 열러는 멋진 공원이었습니다. 앞으로 꾸준히 황산공원에서 개최될 여러 행사들이 좀 더 공원을 잘 이용해 멋지게 개최되길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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